중국 노동절 연휴 ‘특수’ 앞두고
동대문재단서 매장 찾아와 교육
상인들 대환영 “가게 안비워도돼”
요즘 중국어 못하면 장사못하죠”
“자, 따라 해보세요. 환잉광린(어서 오세요), 헌스허니(잘 어울리세요), 칭만쩌우(살펴 가세요).”
26일 오후 서울 동대문 평화시장의 한 매장에서 중국어를 읊조리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잘 안되네요.” 스카프를 파는 ‘보물섬’ 매장 주인인 김영신(60)씨가 이내 이마를 찡그렸다. “성조가 원래 어려워요. 제 손가락을 보면서 다시 따라 해보세요. 칭만쩌우.” 중국어 강사 김지윤(24)씨는 웃으면서 김씨를 이끌었다.
이달 30일부터 다음달 2일까지 사흘간의 중국 노동절 연휴를 앞두고 동대문 상인들이 중국어 공부에 푹 빠졌다. 지난해 노동절 기간에 10만명의 중국인 관광객(유커)이 한국을 방문해 특수를 누렸던 동대문 상인들은 이번에도 대목 준비에 한창이다. 때마침 두산이 지원하는 동대문미래창조재단(동대문재단)이 4월 한달 동대문 지역 상인들을 위해 매장으로 찾아가는 중국어 교육을 시작하자 상인들의 반응이 뜨겁다. 동대문 지역 상가 823개 매장에서 교육을 신청해 중국어 교습이 진행 중이다.교습은 세일즈를 위한 중국어 책자를 나눠주고 함께 발음을 해보면서 주의할 표현들을 가르치는 것으로 이뤄진다. 10분 남짓한 짧은 교육이지만 가게를 비우기 쉽지 않은 상인들은 환영하는 분위기다. 평화시장에서 10년째 장사를 한다는 김씨는 “해마다 이맘때면 동대문은 한국이 아닌 중국처럼 느껴진다.그만큼 중국인들이 많이 오기 때문에 중국어를 못하면 장사를 하기 어렵다”고 말했다.동대문은 노동절 같은 대목이 아닌 평상시에도 내국인보다 유커가 ‘큰손님’이 된 지 오래다.중국 장쑤성에서 가족들과 단체관광을 왔다는 탕(64)씨는 “한국은 제주도에 이어 이번이 두번째 방문”이라며 “동대문 상가가 중국인들 취향에 맞는 상품이 많아 쇼핑이 만족스럽다”고 말했다.복합쇼핑몰 두타에서 남성복을 파는 양성모(28)씨는 “손님 10명 중 7명은 중국인”이라며 “중국어를 잘하면 적극적으로 손님을 상대할 수 있어 장사가 잘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복합쇼핑몰에선 조선족이나 중국어 능통자를 직원으로 두고 쓰기도 하지만 도매를 하는 전통시장 쪽은 상인들의 중국어 대응이 쉽지 않다.
24시간 불을 밝히는 도매시장에서 상인들이 시간을 내 학원을 다니며 중국어 공부를 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평화시장에서 스카프를 파는 서홍준(42)씨는 중국어가 안 돼 가슴을 쳤던 적이 있다. 서씨는 “몇 시까지 호텔로 물건을 보내달라고 했는데, 대화가 제대로 이뤄지질 않았다.
결국 전화로 다시 설명을 할 수가 없어서 물건을 들고 호텔방을 찾아가 건네주고 온 적도 있다”며 “가게를 비우지 않고도 중국어를 배울 수 있다면 교육을 신청할 상인들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상인들이 가장 배우고 싶어하는 표현은 “할인 안 됩니다”, “정가입니다”와 칭찬의 말이다. 중국어 보조강사로 나선 대학생 조윤영(22)씨는 “중국어 표현에서 주의할 게 한국에서는 ‘20% 낮은 가격으로 판다’고 표현하지만, 중국어로는 ‘정가의 80%만 받겠다’고 표현해야 한다”며 “중국어 공부를 열심히 하시는 상인들을 보면서 동대문이 정말 글로벌화돼 있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됐다”고 말했다.
동대문재단은 교육이 모두 끝나면 만족도 조사를 통해 향후에도 상인들에게 도움이 되는 프로그램을 만들 예정이다.